예전에는 약속이 없는 주말이 싫었다.

금요일만 되면 누구를 만날지부터 생각했고,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왠지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약속을 만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친구들을 만나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늦게까지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사람 만나는 걸 귀찮아하게 된 건가 싶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여전히 좋다.

친한 친구를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게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가 커졌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심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무 계획 없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창밖을 보는 시간도 좋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멍하니 있는 시간도 좋다.

누구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고,

당장 어딘가를 가지 않아도 초조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하루에도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수업을 듣고 계속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메신저와 SNS를 통해 계속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지치는 순간이 생긴다.

그럴 때 혼자 있는 시간은 일종의 충전 시간처럼 느껴진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자고 싶으면 자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다.

생각보다 이런 자유가 주는 만족감은 크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주말 약속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심심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날은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근처 카페에 갔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잘 쉬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깨달았다.

행복은 꼭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싼 여행을 가야만 행복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만 즐거운 것도 아니다.

가끔은 혼자 보내는 조용한 하루가 생각보다 큰 만족을 줄 수 있다.

물론 사람은 혼자만 살아갈 수 없다.

좋은 친구도 필요하고 가족도 필요하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사람이 외로운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능력인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한 것도 좋지만,

혼자 있을 때도 편안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들어 주말 약속이 없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